흐르는 강의 풍경, 소망과 평화를 담은 ‘Flow–scape 두 개의 강은 함께 흐른다’를 기획하며

 

임진강은 한강의 제 1지류이다. 함경남도에서 발원하여 경기도 파주 사이에서 한강으로 유입되어 한강과 한 몸이 되어 함께 흐르게 된다. 한강을 따라 북쪽으로 이어지는 자유로 국도 77번, 이 자유로의 끝자락에 있는 헤이리라는 장소성과 함께 이 두 강의 의미를 ‘아트로드 77’에 담아 본다. 자유로, 예술로, 세계로 뻗어가는 희망찬 미래를 꿈꾸며 평화를 향한 소망, 비전의 메시지를 담아 ‘Flowscape 두 개의 강은 함께 흐른다’를 주제로 ‘제10회 아트로드 77 2018’을 준비하였다. 분단의 역사, 자연, 생태, 사회인식 등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 본 한국미술의 흐름과 미학적 방향성을 ‘흐르는 강(江)’에 비유하여 전시를 기획하고자 한다.
‘Flow-scape’는 한국의 분단사회 경향, 흐름의 풍경을 새롭게 되짚어보고 예술로 승화, 창조한다는 의미를 담아 아트로드77이 만든 신조어이다. 전시에는 시대의 시간적 흐름을 볼 수 있는 작품에서 부터 한강, 임진강을 배경으로 만나게 되는 남북 분단의 지점을 담담한 자연 풍경으로 담아내는 작가까지 작가와 작품에 대한 다양한 집중 탐구가 이루어진다. 다시 말해, 자연 경관이 뿜어내는 기운의 생동성과 예술가의 내면에서 솟아나는 예술혼을 통해 서로 다른 두개의 강이 만나 하나의 강이 되는 새로운 의미의 탄생을 전시 속에 담아내고 싶다.

본전시 – ‘Flow-scape 두 개의 강은 함께 흐른다’ 에는 한국 현대미술의 중요한 18인의 작가를 초대하
였다.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세대별 한국 역사의 시각과 관점에 집중하고, 또 작가마다의 독창적인 예술표현을 통해 서로 차별화되지만 세상을 향해 발언하는 진정한 하나의 목소리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국, 그 과거가 남긴 상흔과 자연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진솔하게 담아내는 소중한 작품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김승영, 김억, 김윤재, 김준권, 노주환, 류연복, 박형근, 박홍순, 송창, 신지선, 이민혁, 이이남, 이현열, 임옥상, 장종완, 정희우, 홍선웅, 홍순명 등 이 18인의 작가를 포함한 그 주변부와 한국의 정치, 사회, 문화 등 다양한 현시성이 교차 반영된 작가적 관점과 경험, 생각들이 전시와 작품 속에 발현되기를 기대한다.
참여작가의 작품을 살펴본다. 김승영 작가는 자연물이나 미디어를 활용한 매체 작업을 통해 전시 공간 전체를 다룬다. 설치작품으로 소용돌이치는 세상의 현상, 상태, 속성을 반영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의 작품은 화해와 신뢰와 우정의 문제로 전환된 피크닉을 통해 관객에게 만남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을 보여준다. 김억 작가는 목판화를 통해 국토의 역사성과 민초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국토의 역사성과 인문성에 주목하기도 하며 국토 자체의 은밀한 아름다움과 고적함을 오늘 우리의 삶에 대입하여 관조적 시선으로 풍요로운 국토를 보여준다. 김윤재 작가는 인간의 몸 일부에 한국의 역사가 담긴 자연을 융합한다. 작품 안에 작은 기와집, 물 위의 나룻배, 연을 날리는 도인, 책을 읽는 선비 등 많은 생명들의 이야기가 공존하며 소우주를 이룬다. 김준권 작가는 이 땅의 질박한 풍경들을 눈으로, 발로 사생하고 되새김질하며 목판에 새겨내는 작업을 한다. 2018 남북정상회담 로비, 판문점 평화의 집에 작품이 소개되기도 했다. 노주환 작가는 금속활자를 매개로 하는 조형세계를 창안하여 서울의 역사적, 인문 지리적 공간을 관조하면서 장소성에 대한 개별적 경험들을 생경한 방식으로 해체, 조립 혹은 추억하게 한다. 류연 복 작가의 목판은 단순한 표현의 수단이나 예술의 형식이 아니라 실존에 대한 가장 구체적인 기록의 방 편이자 증거이다. 하늘로 떠올라 가볍게 날아오르는 민들레 홀씨의 풋풋한 서정은 이 땅에 뿌리를 내리 고 있는 모든 민초들의 삶과 애환에 대한 그의 노래로 보여 진다. 박형근 작가는 전통적 관점에서 정의 하는 ‘금기’의 현대적 해석으로 근현대사의 진행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출입제한구역 또는 영토 안에 만들어진 비밀스런 경계와 그 내부에 대한 사진 작업을 보여준다. 박홍순 작가는 평생의 작업으로 이 땅을 돌아보며 인간과 자연과 환경의 문제를 사진작업을 통해 고찰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 는 한강, 낙동강, 금강 작품을 출품했다. 송창 작가는 판문점, 임진강, 철원 일대 비무장지대를 답사한 후 분단의 현실을 화폭에 담으며 마치 다큐멘터리를 기록하듯 캔버스에 담아내고 있다. 신지선 작가는 영 상, 페인팅, 설치 작품을 아우르는 작가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장소의 역사를 연구하여 DMZ를 대치하면 서 바라본 자연풍경과 동물들의 모습을 시각적인 상징물로 작업한 작품을 보여준다. 이민혁 작가는 도시 속 이미지에서 발견되는 인간에 대한 생각을 강렬한 색채의 슬픈 어조로 풀어내며 기존 관행에 대해 스 스로 작업 세계로 정면 돌파한다. 이번 전시작품은 분단국가로 남은 한국의 상황에 대해 작가적 고민을 담아 낸 작품을 출품한다. 이이남 작가는 동양적 아름다움을 매화와 아사천의 소재를 접목하여 디지털 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매화의 변화와 색채의 아름다움을 나타내고 있다. 2018 남 북정상회담이 열리는 판문점 평화의 집에 작품을 설치한 바 있다. 이현열 작가의 그림 속에는 늘 자연이 담겨있다. 출품작은 한강 주변 풍경과 임진강 주변 풍경을 담아 낸 풍경화로 자연이 선물한 오묘한 시간 의 풍경들이 우리를 겸허하게 할 것이다. 임옥상 작가는 미술의 사회적 역할과 기능에 질문을 던지며 집 단참여와 대중 소통을 도모한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무릉도원과도 느껴지는 작품은 암울한 현재를 극복 하고 희망찬 내일로 나아가고자 하는 세상를 향한 작가의 의지를 함축하고 있다. 장종완 작가의 출품작 <250km>는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휴전선의 총 길이를 말하고 있다. 한반도의 다양한 풍경을 색연필 드 로잉을 통해 파노라마로 연결했고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주황 빛 움직임들은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여러 사건들을 은유적으로 표현하였다. 도시를 더듬으며 기억하고 기록하는 정희우 작가의 느린 방식은 숨 가 쁜 도시의 속도에 함몰되지 않으려는 저항이자 의지의 소산이다. 이번 출품작은 개성공단 남북출입사무 소 앞 도로표시판을 직접 탁본한 작품이다. 그의 탁본이라는 매체가 대상을 역사적 가치나 희소성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며 이 땅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기억할 수 있게 할 것이다. 홍선웅 작가의 다색목판화에는 내러티브가 있다. 이번 출품작은 DMZ 안에 있는 초소를 담은 작품으로 역사의 현장을 탐방하고 문헌을 통해 진실을 알려는 작가의 노력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홍순명 작가는 회화, 설치, 판 화, 입체, 미디어, 아트, 조각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 왔다. 출품 작 은 어두운 실상의 단편들을 장밋빛으로 슬프도록 화려하게 표현한 작품 이다.

특별전으로 ‘77 아트쉐어링’과 미술주간 기획프로그램으로 ‘아트로드 77, 칼라에 물들다’도 기획하였다. ‘77 아트쉐어링’은 예술로서 나눔을 실천하는 기부형 특별전이다. 올해도 중견원로작가 및 유망 청년작가들의 작품을 출품하였다. 첫 회부터 꾸준히 가져온 아트로드의 본 취지에 맞게 작품판매 수익금은 국제아동권리기구인 ‘세이브더칠드런’ 기부를 통해 예술과 나눔을 실천하는 의미있는 전시이다. 이번 전시에는 김기수 김광한 김마지 김봉천 김소희 김준권 김진 마저 박명선 성낙중 양성훈 이영지 이정태 이현열 이혜정 임영숙 장민숙 정성원 정우리 정진경 조권익 최영빈 최승천 한생곤 한승훈 등 회화, 판화, 사진, 조각 등 현대미술 작가 25인이 함께 한다.
2018 미술주간 기획 프로그램으로 선정된 ‘아트로드 77, 칼라에 물들다’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체험 프로그램이다. 전시 큐레이터의 해설이 담긴 ‘전시투어’, 출품작가와 함께하는 ‘목판화 체험’, 출품작가와 함께 하는 ‘소망 평화 나무솟대 만들기’, 건축가와 함께 하는 ‘헤이리 건축투어’, 자연과 음식, 인문학을 접목한 ‘관계의 밥상’, ‘전통주 부의주 만들기’ 등 다채로운 미술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렇듯 관객 참여형 체험을 통해 우리 주변 가까이 있는 미술을 바라봄으로써, 이번 아트로드 77의 전시 작품은물론 전시 취지에 더욱 깊이 공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처음 시작한 2009년 이래 올해로 10회째를 맞이하는 ‘아트로드 77’은‘ With Art, With Artist !를 슬
로건으로 작가들과 함께 예술의 사회적 공익적 역할에 주목하며 예술을 매개로 나눔을 구현하는 새로운 패러다임과 비전을 지속적으로 담아내었다. 또한 10년간 미술계 전문가 네트워크를 통해 신진작가 발굴에 주력하였고, 1,000여명 넘는 작가의 아카이브 집약 및 미술 전 장르를 아우르고 세대를 넘어서는 전시를 통해 인기 편향적 미술의 흐름에 균형감을 갖도록 하는데 노력하였다. 이를 토대로 10회 아트로드77은 두 강물이 만나 하나를 이루듯, 함께 상생하고 깊이 물들어가는 전시를 만들어 진정한 예술의 존재의미를 되새겨 보고자 한다.
끝으로 아트로드 77을 통해 세상을 향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고 또 예술을 통한 나눔의 실천이 우리가 사는 사회를 더욱 아름답게 하리라는 자부심으로 전시를 준비하였다. 그동안 전시에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과 작품을 출품해 주신 작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아트로드 77 Flow-scape 두 개의 강은 함께 흐른다’ 의 기획 소회를 마무리 한다.

기획총괄┃황성옥
큐레이터┃문예슬, 홍기현, 임경희